이상진 목사(청주CCC 대표 간사)

 

저는 20대에 예수님을 믿었고, 청소년 시절엔 깊은 방황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신실한 장로님이 되셔서 교회를 섬기다 주님 품에 안기신 아버지, 그리고 늘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시는 권사님이신 어머니지만 제 청소년 시절엔 우리가정에 아무도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늘 깊은 갈등으로 다투시는 부모님과 어둡고 긴장된 가정환경은 중학생인 저를 깊은 방황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환경일 뿐 제 안에 고통스러운 열등감, 자기수치감 같은 쓴 감정들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에 제 방황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선배들,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먹기 시작했고,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가출을 해서 친구들 집을 전전하기도 했고, 십대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온갖 방황은 다하며 스스로 삶을 망가뜨려 갔습니다. 그 흔한 문학전집 한절 읽지 않고 폭풍 같은 10대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안에는 끊임없는 절망감이 자랐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방황이지만 이런 과정이 내 삶을 밑바닥까지 망가지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과 이제 내 삶에는 어떤 긍정적인 가능성도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이 어린 제 안에서 점점 자라갔습니다. 때때로 진지하게 스스로의 삶을 직면하면 고통스러운 절망감이 엄습해 와서 도리어 더 깊은 방황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으며 그 절망을 회피했습니다.

 

그렇게 내달리던 제 삶에 지독한 권태와 우울이 찾아왔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술도, 친구도, 세상 어떤 쾌락도 제 안에 그 지독한 공허감을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너무 젊은 날에 지독한 권태감을 만났고 그래서 저는 군대로 도망을 갔습니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군대에 가면 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원입대를 하였습니다.

 

군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군에서 받은 보직은 매일 8시간씩 홀로 초소를 지키는 일이었는데, 거기는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었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홀로 있어야 하는 그 긴 시간에 저는 제 삶을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무지 소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가능성이라고는 발견할 수 없는 제 삶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참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 중학교 때 잠깐 다니던 교회가 생각났습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따뜻한 사람들과 처음 느껴본 환영받는 느낌, 친밀한 사람들에게 홀딱 빠져서 온갖 방황을 하면서도 교회를 간간히 다녔었습니다. 그래서 제 발로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첫 예배를 드리며, 뭔지도 잘 모르면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교회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은 영적갈증이 생겼습니다. 하나님을 더 알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만이 내 삶의 유일한 소망이요, 탈출구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있던 소대에는 그리스도인이 아무도 없었기에 누구도 저의 신앙생활을 지도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군종병이 건내 주었던 작은 성경을 발견했습니다. 작은 신약성경이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 성경이 기드온에서 배부한 성경인 것을 알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 성경을 그날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읽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늦은 밤에 쉬지 않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지만 손에서 성경을 읽고 있으면 제 삶에 어떤 소망이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성경 속에 하나님이라면 이렇게 무너진 내 삶도 살려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새벽,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저는 로마서 724~ 82절을 읽었습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내 삶의 그 지독한 절망과 수치, 공허와 열등감이 저의 죄와 죄책감에서 나온 것임을!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인해 제 모든 죄악이 용서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새벽에 주님의 사랑을 깨닫고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의식 전체를 사로잡고 있었던 그 지독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그 지독한 절망감이 깨어져 나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저 그 작은 책에 적혀 있는 글을 읽은 것인데, 그 책을 통해 저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그 놀라운 사랑과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그 책은 그 글은 살아 있는 것처럼 제 마음을 파고 들어왔으며, 절대로 바꿀 수 없을 것 같던 제 절망을 깨뜨렸습니다. 이미 죽어버렸는지 알았는데 제 삶에 새로운 소망, 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씀은 살아있는 주님의 손길처럼 제 마음 깊은 어둠을 깨뜨리셨고, 죽어있던 제 영혼을 일깨우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까지 와 있습니다!

 

군종병이 건넨 그 작은 성경이 깊은 절망에 허덕이던 저에게 새로운 소망, 새로운 생명,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한 것처럼 저도 이제 그 말씀을 나누는 일에 평생을 드렸습니다. 나를 살리고 변화시킨 이 말씀, 이 복음, 이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시대 청년 대학생들을 살리고 변화시킬 것을 믿습니다.

 

기드온협회의 사역이 참 귀합니다. 성경을 나누고 배부할 때 그 성경이 어떤 사람에게 흘러갈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을 살리고 어떤 사람을 변화시킬지 어떤 사람의 절망을 깨뜨리고 어떤 사람의 삶을 새로운 소망으로 세워갈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배부하는 성경을 끝까지 추적하셔서 그곳에서 그 말씀으로 사람을 살리고 변화시키실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귀한 사역에 감사를 드리고, 소망을 품고 계속 이 사역을 섬기실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Posted by 한국국제기드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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