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재홍 목사

기독교 대한 성결교회 총회본부 선교국장

 

그해 겨울, 내가 기억하는 그날의 하늘은 잿빛이었다. 조회를 위해 운동장에 모여 있기에는 차가운 날씨였다. 다른 날보다 짧은 교장 선생님의 훈시가 끝나고, 학교를 방문한 손님들이 소개되었다. 소개를 받은 사람들은 매우 재빠른 동작으로 무엇인가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파란색 커버에 한글과 영어로 된 신약성경이었다. 그 일행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밝은 얼굴과 확신에 찬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던 것과 처음으로 영어책을 갖게 된 작은 기쁨이 내게 흐르고 있었던 것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받아본 성경책, 그것도 영어로 돼 있던 기드온성경은 나에게 무척이나 신기했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첫 페이지부터 영어와 한글로 틈틈이 읽었다.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나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보물이었다. 사랑했던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던 나에게 기드온성경은 선물이었고,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겨울을 맞이했다.

 

그 후 나는 친구의 권유로 교회 학생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영어로 된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읽었던 성경의 말씀들은 결국 나를 하나님께로 인도했고, 말씀의 주인이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인생의 주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에 신구약 한글성경과 영어성경을 스스로 구입해 읽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예수님의 사랑에 푹 빠지게 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CCC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하나님의 말씀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당신의 말씀을 영어로 설교할 수 있는 선교사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그 후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나를 터키, 영국, 중앙아시아, 유럽, 뉴질랜드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 섬기게 하셨다. 25년간 사역현장을 정리하고 이제는 수많은 선교사를 섬기는 선교 행정의 수장으로 섬기고 있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주님은 내게 당신의 말씀으로 먼저 찾아오셨고, 기드온성경을 통해 영어를 접하게 하셨을 뿐 아니라 세계복음화를 위한 전도자로 준비시키셨다.

 

세계 곳곳을 방문할 때마다 호텔 서랍 안에 놓여 있었던 기드온성경을 볼 때마다 잿빛 하늘에 하얀 눈송이와 함께 찾아왔던 기드온 용사들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기드온성경을 통해 교회로 그 걸음을 인도하여 주셨던 하나님께 감사하며, 오늘도 나는 기드온의 헌신에 빚진 자임을 고백한다.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52:7)

 
Posted by 한국국제기드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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