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가져올 변화와 차지할 비중이 이렇게 심대해질 것은 성경을 처음 읽기 시작했던 1978년 3월 말, 그때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생각지도 않게 기독교 고등학교로 학교가 추첨 배정되어 입학한 것이 1976년이었다. 입학식 맨 마지막에 한 신사분이 나오셔서 교장 선생님께 성경책을 전달하는 순서를 가졌던 그 시간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되는 게 스스로도 좀 놀랍다. 그렇게 많은 학생에게 성경책을 나누어 준다는 것이 첫째 놀라웠고, 어린 학생이 보기에도 바쁜 분일 것 같은데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참석했다는 것도 의아했었다. 학교에서 마련한 것이 아닌데 이것을 나누어 주는 분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수고를 하는 것일까 그것도 궁금했다. 45년이 지나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자면, 나 한 사람에게 일어난 결과만을 보아도 많은 사람의 구원을 위해 씨를 뿌리러 오신 분이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이 기드온 사역이라는 것은 좀 더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가정은 외가나 친가 모두 ‘사망’이 왕 노릇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한 그런 아픈 가족 역사가 있었다. 한 세대마다 가족 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고, 그로 인해 남은 가족들의 삶은 슬픔, 원망, 어두움,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었다. 얼굴도 못 본 언니의 죽음 이후 어려서부터 우리 집을 감싸고 있던 정체 모를 무거움도 그 연장선에 있던 것이었다. 긴장하고 답답한 분위기에서 고등학교 내내 죽음에 대한 충동과 무력감과 불안과 싸워야 했다. 내 손에 들린 그 작은 성경책과 함께, 하나님을 붙들고 그분께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기도한 내용은 인생에 길이 있다면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세상과 사람의 인생에 어떤 작동 원리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답을 얻을 거라는 기대보다는 그냥 절박함이었다. 그 절박함은 지난 45년간 성경책을 읽지 않고 하루를 지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간주하고 살도록 내모는 발화점이 되었다. 그리고 얻은 결과는 하나님께서 얼마나 신실하게 그 기도를 들어 주셨는지를 누구에게나 말해 줄 수 있고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탈 운명화’를 증언하게 되었다.
그 파란 포켓용 성경책을 아무 데나 들고 다니며 읽고, 심지어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비웃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읽으면서 성경이 얼마나 놀라운 책인지, 아니 그냥 책이 아니라 생명을 주시기 위해 마련하신 하나님의 선물임을 경험할 수 있게 하셨다.
성경을 읽기 시작해서 처음 한동안은 너무 몰라서 깜깜하다는 표현만 나오는 그런 수준이었는데, 2년 반쯤 되어 말씀으로 거듭나면서 성령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법을 가르쳐 주시면서 인생에는 분명한 길이 있다는 것에 눈을 뜨게 하셨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게 하시고, 인생의 문제를 새롭게 보는 관점을 열어 주셨다. 특히 죽음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그런 세력이 덮쳐올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이기는지 하나님께서는 일일이 성경을 통해 말씀해 주시고 가르쳐 주셨다. 실제로 막 믿기 시작하신 시점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죽음이 선고되었던 엄마가 말씀의 능력으로 살아나셔서 복음 전도자로 서시는 기적도 있었다. 목회를 하면서도 성도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죽음의 세력에서 건짐받는 체험을 여러 번 했다. 이 여정에서 하나님의 뜻을 말씀으로 보여주시고, 그래서 약속을 붙잡고 견디고, 그 길을 전망할 수 있게 하시고, 이기게 하시고, 소망을 갖게 하셨다. 무엇보다 가장 영광스러운 것은 복음을 살게 하시고 복음을 맡기신 것이다. 45년 전에, 선물 받은 성경책을 읽으며 생명의 새로움 안에 살게 된 한 어린 학생에게 어떤 열매들이 맺어지게 되었는지, 기드온 가족들과 함께 나누게 되어 너무 감격스럽다. 신실하신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기드온 가족들의 수고를 통해 주님은 계속 생명의 역사를 이루어 가실 것을 굳게 믿는다.
김숙현 목사(사귐과 섬김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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